대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선물로 텀블러와 함께 이 책을 받았다.
그래서 읽었다.
사실 구독하는 신문에서도 이 달의 화제가 된 철학책으로 소개되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학교 측의 배려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읽었다.
감히 말하건데 보닌은 이 책을 읽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올해 읽은 책은 채 10권이 되지 않고, 12개월 중 2개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최악의 독서라고 생각한다.
2020 아마존 베스트 논픽션
2020 NPR 올해의 책
에 빛나는 이 책에 감히 혹평을 해보고자 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해 50대의 고상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기차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굳이 철학자의 이름을 들먹이는 에세이다. 다시말해 철학자 14인의 이름이 등장하고, 그들 각자에게 파트가 배분되어있기는 하되,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내가 공격하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으로, 마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 동일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즉, 독자는 철학자 개개인의 사상에 대해 정확히도 모르고, 깊게도 모르며, 철학이 등장하게 된 삶의 배경도 모르고, 철학이 적용된 사례도 모르며, 철학자의 인생사에 걸쳐 해당 사상이 어떻게 변천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 이 책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이 책의 목적은 철학자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정도에 그친다고 생각한다.
니체를 예를 들어보겠다.
니체라는 말을 들으면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르상티망 ressentiment' '차라투스트라 Zarathustra ' '초인Übermensch' 정도는 떠올릴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키워드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니체의 삶의 궤적에서 어떠한 과정에서 등장했는지, 이들이 적용된 예시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니체에 대해 더 알고 싶으나, 읽기 쉬운 책을 원한다면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니체의 인간학]을 추천하는 바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0559179
에릭 와이너의 이 책에서 니체 파트는 그저
[옛날 옛적에 니체는 몸이 아파 고생했다.]
[니체는 교수였다.]
[니체는 교수자리를 뛰쳐나왔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에 비추어보아 후회없는 삶을 살도록 하자]
라는 간단한 문장들이 전부이다. 너무도 얇다는 것이다. 독자는 도대체 여기서 니체에 대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에 비추어보아야 할 지 모를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에세이에서 [How to have no regrets like nietzche]라는 소제목은 지나치게 거대한 제목이다.
세이 쇼나곤 (sei shonagon) [how to appreciate small things like sei shonagon] 파트를 읽으면 이 책이 그저 두꺼운 에세이 집에 불과하다는 한없이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하게된다.
세이 쇼나곤은 헤이안 시대의 궁녀로, 놀랍게도 아래와 같은 모습이 그림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Pillow book by sei shonagon 은 꽤나 유명해보인다.
거기서 저자는 [베갯머리 서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 일본의 미의식에 대한 예시나 소개, 당시 궁녀의 생활상을 자세히 짚고 넘어가지 않고 그저 인용한다. 마치
[나는 이정도나 알고 있지. 나의 책을 읽는 독자 친구들도 이 정도는 당연히 알겠지?]
라는 오만함에 가득찬 50대 작가의 생각이 전해져오는 듯 하다.
생각해보면 이 책은 시작부터 모순이 아닐까?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수많은 순간마다 이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라는 말은 얼마나 오만한가.
각 철학자별로 입문서만해도 이 책 정도의 두께는 족히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이렇게나 얇은 책에서 다루었으니 제대로 된 소개와 통찰이 이루어질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예시로
주식투자를 할 때에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가? 재무제표를 읽고 차트 분석하고, board 인원들을 보고, 사업 성과를 보고, RSI MSCI 등을 보지 않는가? 그렇게 해도 산업 섹터에 대한 식견을 가지기란 어렵다.
저자는 책의 머릿말에서 철학이란 '왜'의 학문이 아니라 '어떻게'의 학문이라 언급했다. 그렇다면 '각 철학자들은 어떻게 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라는 의미를 담은 간단한 문장 정도는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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