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덕후의 사회학

중고 거래 잡상

omao, https://www.pixiv.net/en/users/29268484


연초부터 계속된 본인의 오판은 결국 해외진출의 실패로 이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어떻하긴. 그릇된 판단의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뭐, 책임을 진다고 해서 대단한 것은 없고 남들처럼 살면 된다.
본인은 공돌이에 남자니까 아마도 서울 근무는 불가능할 것이다.
여수, 대전, 인천, 울산, 기흥 등지에서 여생을 보내면 된다.

하...
서울에서 쫓겨나는 기분에 패배감과 굴욕감마저 든다.

아무튼 결론은 곧 취업을 하게될 것이고, 그래서 (아마도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하며, 그래서 이삿짐을 줄여야 한다.
이상적인 플랜대로라면 승리감에 도취되어 해피해피하게 게임이나 하고있을 시점이었는데, 짐을 정리한다.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은 당근 마켓과 중고나라이다.
다행스럽게도 본인이 업로드한 제품들은 모두 팔려나갔다.

가격대가 비슷한 다른 사람의 제품이 있는데 왜 내 것은 잘 팔릴까 잠시 생각해봤는데,
내가 언제나 사진 10장을 꽉꽉 채워서 그런 것 같다.
가격은 뭐 남들처럼 구매가격의 40 %~60 %이다.
상식적으로 중고 거래는 남이 사용하던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인데 찝찝하지 않을 리가 없다.
애초에 중고 거래로 몇십만원 어치를 팔아 넘긴 본인조차 중고거래는 절판된 CD구할 때나 해봤다. 총 5회인가?

'풀박 구성' 이라고 말을 해도 진짜 풀박인지
'깨끗하다'라고 말을 해도 정말 깨끗하고 흠집하나 없는지
의심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본인이 판매한 wf 1000xm3이다.

뭐, 그래서 본인의 경우 흰색 도화지위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사진 10장을 꽉꽉 채우며, 언제 구매했는지를 스샷 찍어서 첨부한다. 아마존에서 구매한 물건이면 아마존 주문 이력을 스샷 찍어서 첨부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구매 일시를 인증할 수 있다. 흰색 도화지는 매년 연초에 구매하는 칸토쿠 캘린더를 이용하고있다.

 

또한 디시인사이드, 4chan, 5chan과 같은 인터넷의 쓰레기통에서 구른 본인은 인증을 매우 중요시여긴다.

그래서 [날짜][플랫폼 이름 (당근마켓 혹은 NAVER중고나라)] [아이디] 요로코롬 3가지를 적은 메모지를 모든 사진에 등장시킨다.

위의 소니 블루투스 이어폰에도 거의 모든 사진에 메모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설명을 쓸 때도 꽤 정성스럽게(?) 쓴다.
구매 일시, 구성품, 어디 회사의 제조품, 직거래 가격 택배 가격 뭐 이정도이다. 별거 아니다. 단지 남들보다 글의 길이가 길다.

마지막으로 묶어서 판매하지 않는다.
만화책 1권~20권 세트라면 몰라도 '게임CD 묶음' 이런식으로 판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닌텐도 스위치 소프트인 '풍화설월' '아스트랄 체인' '제노블' '마리오카트' 이렇게 4개를 팔고 싶다면

[닌텐도 스위치 소프트 팔아요]
라고 판매글을 딱 1개만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풍화설월 판매], [아스트랄 체인 판매], [제노블 판매], [마리오카트 판매] 이렇게 판매글을 4개 작성한다는 것.
흠... 뭐 아무튼 잘 팔리면 장땡 아닐까?


중고거래를 하다보면, 최근 1년간 사용횟수가 2회 정도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팔아넘기고 싶지 않은 물건이 존재한다. 이삿짐을 줄이기 위해서라지만 그런 물건들을 업로드 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실용성은 없어도 상징성을 가진 물건들을 팔아넘길때면 슬프다.

이번 8월 14,15,16 광복절 연휴에 판매한 물건들이다. 택배가 7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해외진출에 실패했다는 것은 그런것이다. 실용성이 없는 물건은 소유할 자격이 없는것 같다. 반드시 필요하며, 구매 후 6개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물건만 구매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마저 느낀다



중고거래를 하다보면 되팔렘 짓을 하고 싶은 유혹이 덮쳐온다.
바이올렛 에버가든 블루레이는 2018년에 판매할 때는 22만원이었다. 그런데 중고나라에 가보면 40만원에 거래되고 있더라. 플스5도 62만원 짜리인데 80만원, 90만원에 거래되던 시절이 있었듯, 되팔렘은 괜찮은 물건에는 반드시 생겨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40만원 정도는 받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솔직히 같은 오타쿠 등쳐먹으면서까지 돈 벌어야겠나 싶어서 정가에 팔았다. 아쉽기는 한데 뭐 어쩌겠는가. 본인이 아직 세상물정 몰라서 그런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절판된 리즈와 파랑새의 서적류 굿즈도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아마존에서조차 정가보다 올려받는 것은 뻔히 알고 있다만 그래도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바가지 씌우고 살아야겠나 싶다. 그런 양아치 경제말고 제대로 돈을 버는 양심적인 인간이 되자...

 

바이올렛 에버가든의 원화집, 설정집은 양심적으로 판매한답시고 1/3정도의 가격에 판매했는데, 잘 한일인지 못 한일인지 분간이 안된다. 3,300 엔짜리 물건을 20,000원에 판매했다. 그런데 사실 그 물건은 절판된 물건이라 새것으로 구하려면 5,000엔 정도 줘야하거든...


근데 팔고보니까 아깝네... 하... 지나간 일을 어쩌겠느냐만.

그래도 구매자랑 문자/채팅할 때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좋았다.


나도 그냥 남들처럼 제값 다 받아낼걸ㅠㅠ


오타쿠 굿즈가 의외로 수요가 있다.

 

내가 즐기는 작품의 팬층은 기껏해야 17세 ~ 32세 정도의, 15개 나잇대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충 평균 매년 35만명 정도가 태어났다고 가정하고, 남성향이며(인구 50%) 인구의 10%정도가 씹덕이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대략 260만명 정도의 씹덕이 존재한다.

 

여기서 다시 보수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본인과 취향이 비슷해서 유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1/4라고 하자.

대략 65만명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65만명 정도의 수요자가 있는 시장은 진출할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솔직히 중고나라, 당근마켓에 업로드 하면서 이게 팔릴까? 싶었던 물품들이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회색 택배봉투로 서적류를 포장하면 뭔가 포장에 신경쓴것처럼 보인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아무튼 1,000원이니 많이 이용하도록 하자.

대형 = 5매 1,000원

중형 = 7매 1,000원

소형 = 10매 1,000원

이런 식임.


뭐 이런 것 외에도 느낀 바가 있다.
제아무리 중고거래라도 아무튼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다.
즉 간접적, 일시적이지만 생산자의 편에 설 수 있는 기회이다.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은 수요자에게 가치가 있는 물건을 공급하는 일이다.
물론 되팔렘 같은 양아치 경제는 논외로 하고말이다.
물건을 판매하면 내 통장에 돈이 꽂히는 것도 재미있지만, 거래 후기로 기뻐하는 모습이 전해지는 것이 훨씬 더 즐겁다.
이게 의외로 중독성이 있다.



본인의 경우 이정도로 포장해준다. 포장하는게 의외로 힘든데, 그래도 지속적으로 좋은 상태로 포장할 수 있는 이유가, 구매자 측에서 물건을 받았을 때 내게 보내주는 고맙다는 인사가 그 이유같다. 이게 간단한 인삿말인데, 힘이 된다.


험난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아무튼 생산자의 편에 서서 지속적인 income을 창출해내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비록 중고거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절망적이지만, 중고거래를 통해서 판매자로서의 경험과 그 매력을 느낀 것은 remarkable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응형

'덕후의 사회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고 판매 완료  (0) 2021.08.17
링피트 220시간 돌파  (0) 2021.08.15
청음매장 방문  (0) 2021.08.05
매일을 1시간 간격으로 기록했다  (0) 2021.07.30
버튜버 단상  (0) 2021.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