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자로 중고 택배들을 모두 부치게 된다.
현재 팔리지 않은 물건들은 이틀째 팔리지 않는 물건들이므로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중고 판매는 용돈벌이의 측면보다도 짐정리, 이사준비, 패배의 측면이 더 컸기에 잠시 기분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O. 판매를 망설였으나 결국 판매하지 않은 항목
리즈와 파랑새 초회 BD
이 작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표면적으로는 백합물이고 귀여운 여자아이들끼리 이챠이챠하는 영화다.
그러나 조금 더 들어가보면 음악적으로 굉장히 충만해지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쿄애니의 야마다 나오코인데, 음악에 대해 얼마나 변태같은지 학교구두가 걷는소리, 숨소리 하나하나 살려냈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도 마음에 든다. 본인이 좋아하는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8년에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내가 3번 본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영화들은 2번씩 보곤 하는데, 오직 이 영화만이 유일하게 3회 시청을 달성했다.
솔직히 팔아서 눈앞에서 없애버리고 싶었는데 차마 못팔겠더라. 뭔가 내 안에서 중요한 작품인듯.
2018년이 군대에서 자유와 젊음을 박탈당하고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시기라 증오와 분노를 삭이며 하루하루가 마모되는 시절이었는데 그때 접한 작품이라 그런가보다.
아무튼 소장중.
O. 판매를 망설였으나 결국 판매한 작품
미치킹 센세의 최신작 아자토 메이킹 초회한정판
みちきんぐ アザトメイキング
솔직히 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리라는 만화는 그리지 않고 지금도 논문이나 쓰고 앉아있다.
한창 시간 많았을 때도 몬헌을 300시간이나 하면서 시간의 잠재력, potential을 낭비해버리고 말았다.
이건 내 잘못이다.
아무튼 이 책은 군대도 끝냈으니 승리감에 도취된 시절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형식으로 구매하게 되었다. 마침 초회한정판을 판매한다는 소식도 접했기에 곧바로 예약을 했고, 물 건너 배송되었다. 나는 미치킹 센세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이 사람처럼 채색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하지 못햇다.
사실 아직도 그림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실패하는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그렇듯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뿐이다. 하루 5시간 크로키라던가...
7월 25일인가? 디씨에 채색한거 올리고 지금은 쓸데없이 논문이나 쓰고 있다.
졸업 요건이라고는 하나 허송세월이라는 강력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은 폼이 다 죽어서 크로키도 못한다.
그런 패배감과 자괴감을 담아 결국 판매리스트에 올렸다.
그런데 올린지 12시간도 안되서 구매자가 나타났다.
O. 판매할 생각조차 안했던 작품
아마자라시의 앨범.
중고나라 뒤져보니까 라이브 앨범의 초회판은 대략 개당 10만원 정도를 받아냈던 이력이 있더라. 그리고 나는 그런 것을 5개 정도 가지고 있다. 0.7, 미못밤, 신언어질서, 이론무장해제, 우천결행. 세어보니 6개이다. 허무병은 아직도 아마존에서 초회판을 구할 수 있다.
솔직히 음악CD, DVD는 리핑하고 외장하드에 보관하면 언제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아마자라시의 초기 곡들이 마음에 든다.
그 괴랄한 감성이 왠지 본인의 맘에 든듯.
O. 판매 후 소감.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곡 아마자라시의 카르마.
카르마는 원래는 전생의 업을 뜻하는 단어로 알고 있는데, 광의로 보자면 과거에 저지른 잘못정도로 봐도 될 것이다.
이번 중고판매를 통해
'원칙적으로 물건들을 전부 처분해야하고,
극히 일부의 물건들만을 남겨야 한다면 무엇을 남겨야 할까'
라는 문제에 부딪혔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죽기 직전이고, 관 속에 넣을 물건들을 고르는 심정이었다. 최근에는 화장이 유행한다지만...
뭐, 아무튼 이런 생각으로 물건들을 선별하니 남는 것들은 별로 없었다.
죽을 때까지 관 속에 가지고 가고 싶은 물건은 시점별로 달랐다. 2016년에는 에로게 벽돌이 소중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더 옛날에는 33큐브 44큐브가 소중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2021년에 소중한 무언가도 언젠가는 그 가치와 빛을 잃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 인생을 관통하는 단어, 문구, 좌우명, 목표 같은 것은 없는걸까?
취업하기 전에 사람이 우울증에 빠진다는데 지금의 본인이 그러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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