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답사도 4번째이다.
드디어 7번째의 학기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본인은 꿈과 희망이 가득하던 고등학생 시절 세운상가에 자주 들락날락 거리던 인간이었다.
청계천~세운상가군 일대를 '청계천'이라고 부르며 전자회로를 완성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부품을 구매했다.
따라서 오늘의 답사는
[하아~ 라떼는 말이야~ 에잉!] 의 기분으로 이루어졌다.
허어.
언제 이런 modern 스러운 건물이 세워진 것이지?
무릇 세운상가라 함은 용산던전과 무쌍을 이루어야 하거늘!
현재의 세운상가의 모습을 보고서 '여기를 잘 뒤지면 탱크도 만들 수 있겠군!' 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느뇨?
세운상가는 70년대에 세워질 때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었다고 한다.
오피스텔의 시초격ㄷㄷ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가지 않지만 70년대 상권의 중심이었다고 한다.
8개의 상가군(群)으로 이루어져있었고, 세운상가는 8개 상가들 중 하나였다 카더라.
왼쪽이 세운상가가 들어서기 전이고 오른쪽이 들어선 후이다.
아무튼 70년대에는 강력한 상권으로, 주거권으로 자리매김 했는데,
80년대 들어서 상권이 명동으로 이동하고, 전자상가의 중심지가 용산으로 옮겨져서 상가기능이 약화되었다.
그리고 80년대에는 영세회사의 사무실이 들어와 주거기능 또한 약화되었다 카더라.
흠. 그건 그렇다 치고
세운상가 9층 옥상으로 올라가면 70년대에 지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판잣집들이 아직도 있다. 이러한 집들을 밀어버리고 새로운 주거구역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구상에 맞춰서 아무짝에 쓸모 없는 건물을 일부러 건축한, 소위 알박기 건물들도 보인다.
과연 부동산 투기도 그렇고 LH의 비리도 그렇고, 환멸감만이 커져간다.
결국 이런 환경을 만든 것은 스스로라는 뜻이 아닌가?
세운상가 주위에서 조금 벗어나서 청계천 주변은 이런 분위기인데, 슈타인즈 게이트의 미래가젯 연구소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근데 세운상가 주변은 슬럼가처럼 느껴짐
이게 지금은 없어진 홍콩의 슬럼가 구룡성이다. kowloon walled city 라고 검색하면 많이 많이 나온다.
근데 세운상가 근처가 딱 이런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슬럼가 같다는 것이다.
근데 구룡성도 그러하듯 이런 분위기도 창작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로 사용하기에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본인은 도시미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부류이지만, 거대하고 현대적인 도시재생과 청계천 바로 옆의 슬럼이라는 구도는 명암의 대비 키아로스쿠로 Chiaroscuro 같기도 하다.
이 수업의 강의자는 박사과정 분이신데, 사실 건축가 사무소를 창업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무소가 세운상가 아파트 지구에 있어서 아주 운 좋게도 들어가볼 수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대략 4~5평 정도의 공간이 보증금 2,000에 월세 60만원 정도였다.
사실 세운상가가 스타트업 지원의 목적을 가지고 '잘생겼다 서울 20'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재생되었다고 알고 있었다. 애초에 왜 이름이 '메이커 시티 세운'이겠는가? 창업하라는 의미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세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종로 한복판에 월세 60만원이면 평균적인 가격일지도 모르겠으나
창업지원한다는 목적에 비추어본다면 가혹한 가격 아니겠는가?
쿠팡조차 아직까지 적자기업 아닌가?
스타트업에게 있어 적자는 피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뭐, 환상이 깨지는 하루였읍니다.
아직까지 전자공작 재료를 팔고 있었읍니다.
이것이 객관적 상관물 아니겠읍니까.
약 10년전, 저런 것을 만질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어두운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쩌다보니 나이 처먹고 주접부리는 아재가 되어있다.
대학원 진학도 그렇고 취업도 그렇고 해외진출/개척도 그렇고 창업도 그렇고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대로 되는게 없다는 말이 심장에 찔린다.
이러한 자기연민과 과거에 대한 집착이 인간을 망치는 것이다.
과거따윈 털어버리고 미래에 대한 집착하는 태도만이 생존을 보장할 것이다.
초중고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것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행위였다는 엄중한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스스로 되새겼다.
뭐, 애초에 내가 기회를 놓친 것을 어쩌겠는가?
남들 고등학생 때 해외대학 진학한다는 것을 의문에 찬 시각으로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던 과거의 나,
남들 대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해외대학 재입학하는 행위를 바보취급했던 과거의 내가 쌓여서
현재의 고생길이 만들어진 것 아니겠는가?
앞으로는 최대한 냉철한 정신력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면 될 문제이다.
세운상가 군을 연결하는 3층의 데크 공사이다.
흠.
종합적인 평은 이러하다.
한 때 탱크도 만들어낼 수 있다던 과거의 전자공작 메카로서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고
소주, 카페라떼, 고깃집 등 인스타그램용 장소로 탈바꿈한 세운상가에서 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긴 브레드보드, 황화카드뮴 같은 것들이 즐비한 것보다 현재의 모습이 젊은이들을 더욱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행데크의 존재로 인해 서울로 7017처럼 그냥 지나가는 공간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흠...그리고 롯데타워에서도 동일하게 느꼈던 건데,
건물이 주위와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혼자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어떠한 디자인이 어울리겠는가? 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하겠다.
결론은 뭔가 현대적으로 변모하려 이것저것 애쓰는 모양새이다만 필자의 마음에는 들지 못했다는 것.
나는 까다로운 인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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