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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의 사회학

공간사옥 답사

공간 사옥.

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안국역 근처에 위치)
현대 한국 건축의 거장인 김수근 씨의 작품이라고 한다.

"김수근"과 "건축가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소재로 토론이 벌어질 때면 언제나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은 남영동 대공분실일 텐데, 이쪽은 답사가 힘들 것 같아 공간사옥, 현 아라리오뮤지엄으로 답사를 갔다.

 

이 공간 사옥이 특이한 것이,

3개 건물이 합쳐진, 컴플렉스의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름하야 "공간 콤플렉스" 되시겠다.

 

왼쪽의 식물로 덮인 건물이 김수근의 벽돌사옥,

이 사진에서 메인으로 보이는 유리건물, 안에는 계단이 있는 건물이 장세양의 유리사옥

우 하단에 보이는 한옥이 이상림의 한옥이라 카더라.

 

장세양 씨는 김수근 건축가의 제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2013년 이전에 공간그룹 부도가 나기 전에는 이랬다고 한다.

지금은 부도가 나고 새롭게 꾸며서 인지 김수근 건축가가 지었던 구사옥이 갤러리로, 장세양 건축가가 세운 유리사옥은 음식점으로 바뀌었다. 한옥은 그냥 쉼터 같다.

 

 

아무튼 오늘 답사한 아라리오뮤지엄은 "신관(新館)"처럼 보였는데, 설명서를 읽어보니 구관이라 한다.

이 곳의 특징은 층의 개념이 뒤죽박죽이라는 것이다.

3층이면 3층이고 4층이면 4층이지.

그리고 3층과 4층은 대략 2.5m 정도 떨어져있다.

이게 지금 일반적인 건물인데

여기서는 같은 3층 내에서도 조그만 계단이 있다.

3-1층, 3-2층 의 느낌이다. 0.5층

이게 4층의 모습인데, 자세히보면 동일한 4층 4th floor임에도 고저차를 보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을 유식한 말로 "공간의 밀도가 높다" 라고 표현한다 카더라.

 

애초에 "구관"을 완성하신 김수근 건축가가 활동을 하면서 직원들의 숫자가 늘다보니 더 많은 공간의 필요를 느껴서 짓게된 건물이 신관이다. 구관만 있다가 신관이 추가되어 면적이 추가되면서 공간의 표현과 실험에 더욱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특히 내부의 3.5층에서 5층까지는 그 특이한 구성으로 인해서 풍부한 볼륨감이 나온다고 한다.

 

뭐, 간단히 말하면 이런거다

3층에서 5층까지라면 3,4,5의 3개의 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신관은 3층, 3.5층, 4층, 4.5층, 5층 요로코롬 5개의 층으로 이루어지니까 볼륨감이 더 커진다고.

 

이러한 구성과 성인 1명이 간신히 이용할 수 있을만큼 좁은 계단이 어우러져서 "시공간적 미로"라고 평가받기도 한다더라. 뭐,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지형의 변화에 조화한 한국건축의 내외부 공간이나 골목길의 모티브를 수직적으로 밀도 있게 담았다는 점에서 우리 정서에 너른 울림을 줌" 이라는 비평은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신옥 내부가 미로처럼 생겨서 뭔가 볼륨감이 생긴다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게 어떻게 정서에 울림을 준다는 것인가?

 

 

계단은 요로코롬 생겼다. 확실히 실제로는 5층임에도 일반적인 5층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공간감이 나오기는 한다.

 

이게 사무실로 쓸 적의 사진이라 하네요. 놀랍게도 4층에서 3층을 바라본 사진ㄷㄷ 3.5층, 4.5층의 존재로 인해 뭔가 공간의 밀도가 높아보인다.

 

사실 필자가 건축에 대한 양식이 전혀 없어서 그런지 장세양의 유리궁전과 김수근의 벽돌사옥이 이루는 긴장감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래, 확실히 벽돌건축은 뭔가 고풍스럽고 과거스럽지. 그리고 유리궁전, 유식한 말로 커튼 월(curtain wall)은 뭔가 미래지향적이고 하이테크스럽지. 그런데 이게 왜 긴장감을 이룬다는 말인가? 내가 보기엔 그냥 good instagram place 인데 말이죠.

 

뭐, 공간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 전시 내용을 보도록 하자.

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지?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인가?

키스 해링 - 전쟁, 인종차별, 성차별 등 정치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여, 하위문화로 치부되던 거리미술을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시킴.

 

제럴딘 하비에르 - 운명의 세 여신들을 인간, 나무, 그리고 동물들의 혼성체로 나타내면서 인간의 운명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흠.

아, 이 경험, 데자뷰를 느끼고 있어.

그래, 이건 칸딘스키의 추상화를 난생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야.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물론 이 글의 필자가 미술에 대한 양식이 전혀 없는 인간임을 감안해야한다.

 

애초에 예술이 이렇게 어려워도 되는거얏!

완전히 그들만 이해하는 무언가잖앗!

설명서를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예술인가?

작품만을 보고서 작가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를 알 수 있어야 대중과 소통 가능한 예술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씹뜨억들이 즐기는 라노벨, 19금 일러는 진정한 의미의 예술이 아닐까?

아님말고

 

사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것 밖에 없다.

이건 필리핀의 슬럼을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슬럼가임에도 해외 대기업들의 간판이 있는 것은 현대 필리핀에는 아직도 식민지배 시절의 영향이 짙게 남아있는 것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라는 설명이 있는데, 설명서를 보기 전에는 미니어처의 오밀조밀함에만 신경썼다.

대기업의 간판이 있고, 그것이 식민지배 시절의 영향력을 나타낸다니

너무 어렵다.

슬럼가에도 코카콜라가 보급될만큼 코카콜라는 맛있다.

라는 정도로 해석하면 안되는 걸까.

오늘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시품.

li qing (리 칭)이라는 작가의 "8개의 방"이라는 작품.

뭔가 예술가의 작업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리얼리티를 강하게 느꼈던 점은

과자이죠.

작업할 때는 단 것이 필요한 법입니다.

li qing 아재는 중국 저장성에서 1981년에 태어나신 40세의 젊은(?) 아티스트임.

 

전시물 중에 조그만 침대와 창문이 함께 있는 방(room)도 있었는데, 뭔가 상경한 젊은이의 가난한 생활이 떠올라서 짠한 느낌이 들더라. 물론 예술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해석일지도 모르겠으나;;

아마도 나의 근미래가 그러하지 않을까?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가난한 사회초년생.

 

아라리오뮤지엄

 

감상내용.

1. 전시내용 = 어렵다.

2. 공간 콤플렉스 = 이해할만하다.

3. 서브컬쳐야 말로 크리에이터와 향유층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바람직한 예술이다.

 

그러나 확실히 아라리오뮤지엄 내부를 감상하면 느낄 수 있는 것이,

어느 순간 본인이 몇 층에 있는 지를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게 된다.

김수근 건축가의 벽돌 사옥이 한옥의 구조를 추가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내부는 말 그대로 큰 방과 작은 방의 연속이다. Big room small room continuous arranged. 정도일듯.

 

아래층에서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이 포스팅 어딘가에 사진으로 붙여두었듯 성인 1인이 좁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삼각형 나선이다. 그리고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 창문이 있기에 관객이 대략적으로나마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내려가는 계단은 원형 나선인데다 창문도 없고, 역시 성인 1명이 간신히 오르내릴 수 있는 폭이다. 그래서 자신이 몇 층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없다.

 

계단 + 한옥의 구조를 차용한 큰 방과 작은 방의 연속적 배열 + 공간의 밀도

라는 3가지 요소에 의해서 단 한번 방문한 것으로는 내부구조가 한번에 각인되지는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김수근이 천재적이라고 불리나보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니면 아직까지 내가 이런 건축물에 익숙하지 않기때문에 느낀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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