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대학시절의 터널을 뚫고 대학교 4학년이 되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산학협력 수업을 듣기 위해 시간표가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신청한 도시산책 수업인데
어쩌다보니 사회인이 되기 전에 서울 각지를 둘러보며 4학년을 즐기는 수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답사에 나가기 전에 사전조사하고 발표해준 팀 덕택에 배경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건물을 보게 되었다.
마포문화비축기지는 애초에 석유 저장고의 모임이었다. 70년대의 오일파동을 겪자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이 석유비축기지를 입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포문화비축기지에 있는 모든 건물은 t6를 제외하고 원래는 석유탱크였던 것이다.
t6는 t1 탱크와 t2탱크를 해체하고 새로이 지었다고 한다.
뭐 아무튼.
그래서 현재의 t1 탱크는 사진과 같이 유리로 구성되어있다.
그런데 보이는가? 유리가 투명하지 않고 초록색을 보이고 있다.
강의를 해주시는 박사과정 분이 저렴한 재질의 유리라고 꼬집어주었다.
이런 곳에까지 원가절감을 했어야만 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그렇고
t1 탱크 내부로 들어가면 시멘트 구조를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다.
이것이 안도 타다오도 자주 채용하는 구조라고 한다.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t3 탱크다.
이걸 보고 딱 들은 생각이
본인의 Game of the 2017 작품인 Nier Automata 의 abandoned factory 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또한 폐허를 좋아한다는 작가
판판야가 떠오르는 장소였다. 본인도 판판야 센세의 책은 전권 소장중이다.
단언컨데 t3 탱크는 폐허 마니아들에게 있어 최고의 장소일 것이며 마포문화비축기지의 보물이다.
t3탱크의 존재만으로도 마포문화비축기지의 존재는 긍정된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라.
현재 서울은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고, 진행하고 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도 그렇고 서울로도 그렇고 많은 예가 있다.
그런데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이런 폐허틱한 분위기의 장소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공허한 분위기의 장소는 오직 t3 탱크 뿐이며 매우 좁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뭐 사실 t3탱크는 다른 시설 건립할 때 재활용하기 위해 아직 남겨놓은 것이라 하니 조만간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유비축기지를 도시재생할 때 많은 건축가들이 달려들게 된 직접적인 이유라고도 불리는 오브제이다.
어두컴컴한 곳에 한줄기 빛이 내려오는 광경이다.
동행하던 박사과정 분도 이 광경에 매료되어 재생 프로젝트에 달려들었다고 한다.
동영상을 촬영했는데 크기문제로 업로드 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버용 반도체의 혁신과 6G 인터넷망의 보급이 필요할 것이다.
t4 탱크에서는 여러가지 전시도 이루어졌다고는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휑했다.
그래서인지 빛이 오히려 부각되었다.
글자 그대로 '한 줄기 빛' 이 내려오는 것이다. 그로 인한 명암대비, 채도대비를 체감할 수 있다.
감상에 일가견이 없는 사람이라 여기까지만 느꼈다.
만일 이곳에 종교시설을 만든다면 아주 인기가 좋을 것이다.
t5 탱크의 전시를 마지막으로 마포기지를 떠났다.
보이는가? 새마을 운동을 하던 시절에도 pfizer 선생님의 은혜가 비추었던 것이다.
이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으로는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나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이 이 시대가 낳은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수능 문학의 난쏘공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대학을 졸업할 시점인데도 아직도 기억난다.
즉 그만큼 이 전시는 내게 새로운 자극을 주지 못했다.
애초에 취업 준비생이라 합격 통지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극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흠...
이건 솔직히 멕시코시티와 서울의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xico 라는 상징물인데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내가 공대생이라 감정이 메말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총평을 하자면
t3 탱크를 제외하면 아쉬운 느낌이 든다.
마포 문화기지는 주변에 상암 경기장, 하늘공원 등이 위치하기에 t3 탱크에서 주변을 보면 괜찮은 경관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외부요인과의 상관관계에 의한 것이고, 자체적인 미관은 좋지 못하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평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다 말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라리 모든 탱크를 t3 탱크처럼 남겨놓았다면
'폐허의 성지' '70년대의 상징'으로 자리잡지 않았을까?
이 곳을 모티프로 삼은 게임 에리어가 나왔을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도시재생을 한다면 뭔가 녹음이 우거진 컨셉을 강하게 밀어넣었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당시 석유를 보관하던 탱크들은 석유 대신 매일 색다른 문화를 창출하는 문화탱크로 역할이 바뀌었습니다. 기존 5개의 탱크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고, 해체된 탱크의 철판을 활용해 만들어진 T6는 시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이 됐습니다. 비어있던 야외 공간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문화 마당으로 만들었습니다. 부지에 남아있던 수림은 최대한 보존하고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를 심어 공원으로 조성했습니다.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서는 종종 산토끼와 청설모도 만날 수 있습니다.
Ref : 서울의 공원 - 문화비축기지
parks.seoul.go.kr/template/sub/culturetank.do
실제로 답사하면 어떠한 문화를 창출하는 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저렴한 유리자재를 사용한 파빌리온(t1)이 열린 문화공간인가? 버스킹을 겨우 할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공연장(t2)이 열린 문화공간인가? 만일 마포 문화비축기지를 하늘공원-난지공원-비축기지로 이어지는 녹음 프로젝트로 삼았으면 엄청난 분위기를 자아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녹음 속에 감춰진 거대한 폐허 탱크를.
이런 느낌이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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